시아버지가 홀로 되시고 적적해하시길래 며느리가 마음 써서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라고 권해드렸거든. 근데 이게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 버렸어. 처음에는 개 냄새난다고 질색팔색하시면서 탐탁지 않아 하시더니만, 어느새 강아지 “두부”한테 영혼을 홀랑 다 뺏겨버리신 거야. 이제는 시아버지 인생의 우주 중심이 며느리도 아니고 금쪽같은 손녀도 아니고 오로지 댕댕이 두부뿐임.
시아버지의 두부 사랑은 진짜 광기 수준인데, 두부 밥 챙겨주려고 아침 일찍 기상하는 건 기본이고 삼계탕에 황탯국 같은 고퀄리티 보양식까지 직접 끓여서 대령하신대. 심지어 두부 입양한 날을 생일로 딱 정해놓고 매년 거창하게 생일상까지 차려주는데, 이 정도면 거의 집안의 실세이자 절대적인 상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 며느리 입장에서는 처음엔 아버님이 활기 찾으셔서 다행이다 싶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 서열이 밀리는 게 팍팍 눈에 보이니까 서운함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
제일 황당한 결정타는 며느리가 크게 앓고 나서 갑자기 강아지 알레르기가 생겼을 때 터졌어. 숨쉬기조차 힘들어서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다른 방에 잠깐만 두면 안 되겠냐고 부탁드렸거든? 근데 시아버지 반응이 진짜 역대급임. “강아지가 왜 들어가냐, 네가 방에 들어가 있어라”라며 오히려 며느리 보고 방구석으로 가라고 상황 정리해 버리심. 며느리는 효도하려다가 졸지에 강아지한테 밀려 집안에서 유배 가게 생긴 셈이야.
정서적 안정 찾으라고 추천한 강아지가 이제는 시아버지의 최애가 되어버려서 가족 건강조차 뒷전이 된 상황이라니 참 씁쓸해. 댕댕이 아끼는 마음도 좋지만, 같이 사는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까지 실종된 건 좀 선을 많이 넘은 거 아닌가 싶어. 며느리 입장에서는 자기가 판 무덤에 자기가 들어간 기분이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 속상함만 쌓여가는 중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