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8시 59분 50초에 지문 인식기 찍으면서 “휴 세이프”를 외치는 신입이 등장했어. 9시 정각에 겨우 자리에 앉아서 가방 정리하고 탕비실 가서 텀블러까지 야무지게 세척하고 오면 실제 업무는 9시 15분은 되어야 시작되는 셈이지. 팀장은 매일 아침마다 혈압이 수직 상승하는데 신입은 아주 평온하고 당당한 게 킹받는 포인트야.
사건은 지하철 고장으로 지각하면서 제대로 터졌어. 동료들이 대신 전화 받으며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단톡방에 “좋은 하루입니다 전철 멈췄네요 지연 증명서 끊어갈게요”라고 올린 거야. 미안함은 1도 없고 증명서만 있으면 지각도 무죄라는 마인드에 팀장은 그야말로 뒷목을 잡았지.
따로 불러서 10분만 일찍 다녀보자고 권유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아주 명언이야. 본인은 정시에 나왔으니 이건 지하철 잘못이지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논리야. 지연 증명서라는 무적의 아이템을 들고 논리왕으로 등극한 신입 앞에서 팀장은 본의 아니게 꼰대가 된 기분이라며 하소연 중이야.
이걸 본 사람들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9시는 이미 업무 준비를 끝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정통파랑 근로계약서대로 9시까지 왔으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실리파가 치열하게 키보드 배틀을 벌이고 있어. 지연 증명서 한 장으로 모든 상황을 정당화하는 신입의 당당함에 회사 생활의 기본 상식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