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무려 1993조 원을 찍으면서 2000조 시대의 화려한 개막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1분기에만 14조 원이 더 불어났는데, 이 정도면 온 국민이 영혼까지 레버리지로 풀충전해서 인생 한 판 승부에 배팅하고 있는 셈이다. 2002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는데, 빚으로 신기록 경신하는 능력이 거의 올림픽 금메달급이다. 작년 말에 살짝 주춤하는 척하면서 밀당하더니, 결국 영끌이랑 빚투의 기세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증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더 스펙터클하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린 주담대와 전세 자금이 8조 넘게 늘어났고, 주식이나 코인 불기둥 보러 가겠다고 증권사 신용 땡긴 기타 대출도 5조 가까이 폭발했다. 특히 재밌는 포인트는 1금융권 은행들이 정부 눈치 보느라 대출 문턱을 높이니까, 대출 희망자들이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같은 2금융권으로 빛의 속도로 달려가서 풀대출을 받아버렸다는 거다. 규제를 피해서 길을 찾아내는 그 창조적인 열정만큼은 진짜 인정해줘야 한다.
한국은행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가 빚 늘어나는 속도보다 아주 미세하게 더 빨라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할 거라며 나름의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털리고 있는 우리네 통장 잔고와 매달 통장에서 로그아웃되는 이자 금액을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조만간 다주택자들 매물 나오면 그거 줍겠다고 또 대출 대잔치 벌어질 게 뻔해서 2000조 돌파는 이미 정해진 미래나 다름없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빚으로 세워진 거대한 레버리지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