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백사장에서 정성껏 깎아 만든 해녀상이 한순간에 모래 더미로 전락했어. 사건의 전말은 이래. 한 70대 어르신이 갑자기 목발을 들더니 전시 구역 선을 넘어가서 해녀상 얼굴을 냅다 후려친 거야. 러시아 작가가 부산 어머니들의 강인함을 보여주려고 영혼을 갈아 넣어서 빚은 작품이었는데, 강인함이고 뭐고 목발 어택 한 방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지 뭐야.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식겁해서 바로 신고했는데, 구청 관계자들도 와서 보더니 이건 도저히 심폐소생술이 안 된다고 판단했나 봐. 복구 각이 안 나와서 결국 다음 날 새벽에 깔끔하게 철거 엔딩을 맞이했어. 이제 그 작품이 있던 자리엔 원래 모습 사진이랑 시민 의식 좀 제발 챙기자는 씁쓸한 내용의 현수막만 덩그러니 걸려있다고 해. 작가님 입장에선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서 고생하며 만든 결과물이 목발 한 방에 로그아웃됐으니 얼마나 황당하겠어.
진짜 소름 돋는 점은 이런 모래성 파괴 빌런들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야. 2015년부터 몇 년 주기로 꼭 한 번씩 나타나서 작품을 테러하고 있거든. 저번에는 사고 친 사람들이 구청에 500만 원이나 토해냈다는데, 이번 어르신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받는 중이라 조만간 금융 치료를 제대로 받으실 것 같아. 예술 작품은 제발 눈으로만 감상하자. 목발은 땅 짚으라고 있는 거지 작품 뚝배기 깨라고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