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열이 39도까지 치솟는 애를 들쳐업고 새벽같이 소아과로 오픈런했는데 접수 마감이라는 소리 들으면 진짜 세상이 억까하는 기분일 거다. 근데 옆에서는 여유롭게 도착한 부모들이 이름만 대고 진료실로 하이패스마냥 쑥쑥 들어가는 꼬라지를 실시간으로 감상해야 함. 이게 무슨 금수저 특권인가 싶겠지만 사실 그냥 월 천 원짜리 유료 멤버십 결제해서 “현질”한 사람들임.
지금 대한민국 소아과 판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메타가 지배하고 있음. 특정 병원 예약 앱 가입자가 천만 명을 찍더니 슬그머니 유료로 전환했는데, 이제 돈 안 내면 예약 기능 자체를 못 쓰게 막아버린 상태임. 전국 소아과 5곳 중 1곳이 이 앱을 쓰는데, 심지어 어떤 병원은 현장 접수는 아예 쌩까고 무조건 앱으로만 예약을 받는 배짱 영업까지 하는 중이라 부모들 복장 터지게 만듦.
말이 좋아 디지털 혁신이지 사실상 아픈 애들 줄 세우기 가지고 통행료 징수하는 거나 다름없음. 디지털 소외계층인 할머니나 다문화 가정은 아예 병원 문턱도 못 넘게 생겼는데, 의료라는 공공재가 사기업 플랫폼에 저당 잡힌 꼴이라 비판이 쏟아지는 중임. 정부도 부랴부랴 진료 거부라고 경고 날리고 있지만 이미 플랫폼에 종속된 병원이 너무 많아서 수습이 안 됨.
결국 제일 킹받는 건 부모들 마음임. “이런 양아치 상술에 절대 안 속는다”고 육성으로 욕하면서도, 손가락은 어느새 스마트폰 꺼내서 구독 버튼 누르고 있음. 천 원이 아까운 게 아니라 내 자식이 차가운 복도에서 몇 시간씩 방치되는 꼴을 차마 못 보겠거든.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게 고작 유료 멤버십 가입뿐인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고 어질어질한 지경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