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 메타는 빚 탕감인가 보다. 빌린 돈 안 갚고 배 째라고 버티면 은행이 알아서 깎아주는 훈훈한 광경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작년보다 빚 조정해준 건수가 무려 4배나 폭증했다는데, 정부에서 “우리 연체자들한테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마라” 하고 한마디 하니까 은행들이 알아서 기어가는 중이다. 이제는 법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까지 귀찮게 찾아갈 필요도 없다. 그냥 침대에 누워서 은행 앱 켠 다음에 “저 돈 없는데 좀 봐주세요” 버튼만 딸깍 누르면 된다. 그러면 은행 형들이 열흘 안에 상냥하게 금리도 낮춰주고 빚 갚는 날짜도 뒤로 넉넉하게 미뤄주는 채무조정안을 보내준다.
우리은행은 한술 더 떠서 6년 넘게 안 갚은 소액 채무자들 이자를 통째로 삭제해버렸고, 국민은행은 전국 각지에 빚 상담 전문 센터를 세우면서 연체자 모시기에 혈안이다. 사실상 빚쟁이들을 위한 VIP 프리미엄 서비스가 도입된 셈이다. 근데 이거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렇게 빚을 막 깎아주다 보면 결국 은행 곳간이 비게 되고, 그러면 나중에 돈 진짜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받으려고 할 때 심사 문턱이 에베레스트급으로 높아질 게 뻔하다. 결국 꼬박꼬박 성실하게 이자 내고 빚 갚는 사람들만 호구 되는 엔딩이 나올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좀 묘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