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철옹성 같던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월드컵 끝나고 사퇴하겠다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 무려 13년 동안 온갖 비판을 온몸으로 맞아가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고, 얼마 전 4연임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법원 판결에 항소하겠다며 끝까지 가볼 기세였는데 돌연 백기를 든 거야. 대체 그 고집불통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까?
이유는 아주 심플해. 바로 팬심이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지. 클린스만 경질 사태부터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불공정 논란, 거기다 문체부의 전방위 감사와 중징계 요구까지 겹치면서 축구협회 이미지는 지하 암반수를 뚫고 맨틀까지 내려가 버렸거든.
여기에 결정타는 결국 돈이었어. 아무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잘 나가도 팬들이 외면하면 광고 스폰서 후원금이랑 중계권 수익이 전부 공중분해 될 위기였거든. 1000억원대 예산을 굴리는 거대 체육 단체인 축구협회 입장에서는 밥줄 끊기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었을 거야.
홍명보 감독은 공식 발표 고작 두 시간 전에 헐레벌떡 통보를 받았대. 지금 대표팀은 미국 사전캠프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월드컵을 준비하는 중인데, 사령탑 지원을 책임져야 할 협회장이 런해버린 셈이니 진짜 전무후무한 코미디가 따로 없어. 13년을 지켜온 그 끈질긴 집착과 고집도 자본주의의 차가운 맛 앞에서는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나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