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초에 이마트 주식을 더 샀는데, 그 뒤로 주가가 아주 제대로 미끄러졌어. 2월에 돈 더 얹어서 지분을 늘려 놨더니만 평가액이 무려 432억 원이나 공중 분해된 상황이야. 소중한 노후 자금이 아주 웅장하게 녹아내리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오네.
이 사달이 난 결정적인 계기는 자회사인 스타벅스코리아의 선 넘은 마케팅 대참사 때문이야. 하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이벤트를 열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책상에 탁”이라는 선 넘는 문구를 박아버렸거든. 분노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의 횃불을 들었고, 예전 “멸공” 사태에 이어 또다시 오너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지.
결국 참다못한 증권사들은 이마트 목표주가를 아래로 사정없이 깎아내렸어.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들도 국민연금한테 대주주로서 가만히 침묵하지 말고 매운맛 주주활동을 펼치라고 엄청나게 압박하는 중이야. 하지만 국민연금은 회사 수익성에 진짜 직격탄이 와야 움직이겠다며 미적지근한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네.
설상가상으로 이마트가 귀책사유를 제공하면 미국 스타벅스 본사한테 지분을 35%나 깎인 헐값에 탈탈 털려 넘겨야 하는 무시무시한 조항까지 얽혀 있는 상태야. 회장이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도게자 박고 사죄하긴 했는데, 훼손된 기업 가치와 날아간 연금 평가액을 수습하려면 앞길이 아주 구만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