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병원 입원실 남녀 구별하는 법을 아예 없애버리려다가 국민들의 엄청난 매운맛 반대에 부딪혀서 결국 없던 일로 하기로 했대. 원래 정부는 법이랑 병원 현실 사이의 갭을 좀 줄여보겠답시고 남녀 구분 규정 자체를 쓱 지워버리려고 했거든. 근데 입법예고가 뜨자마자 인터넷 게시판이 완전히 뒤집어지면서 반대 의견이 폭풍처럼 쏟아진 거지.
입원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다인실 병실 안에서 옷도 갈아입고 소변줄도 차고 별의별 처치를 다 하잖아. 그런데 얇디얇은 커튼 한 장만 덜렁 쳐놓고 옆자리에 이성이 누워있다 생각하면 이건 솔직히 에바참치지. 가뜩이나 요즘 불법 촬영이나 성추행 같은 범죄 때문에 흉흉한 세상인데, 사생활이고 인권이고 다 안드로메다로 보낼 뻔했다니까.
국민들의 격한 극딜에 정신을 차린 복지부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 일반 입원실 남녀 구분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어. 대신 진짜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융통성을 발휘하기로 했대.
그 예외는 딱 두 가지야. 성별을 도저히 가릴 여유가 없는 급박한 중환자실이랑, 부부나 직계 가족이 간병하려고 같이 쓰는 2인실만 합법적으로 남녀 동석이 허용된다고 해. 원래 법 안 지키면 병원에 영업정지 15일까지 때리는 무시무시한 규칙인데, 하마터면 병실에서 뜻밖의 혼성 메이트를 만날 뻔한 아찔한 에피소드는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났어. 역시 정책 만들 때는 현장 목소리부터 제대로 들어야 제맛인 듯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