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기어코 선을 제대로 넘어버렸다. 주간 거래에서 1,529원 찍으면서 심상치 않다 싶더니, 야간 거래에서는 결국 1,540원 벽까지 부숴버렸다. 이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마라맛 차트 소환한 수준이다. 환율이 1,500원 선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하고 벌써 13일째 짱박혀 있는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로 이렇게 질기게 버티는 건 처음 본다.
달러가 혼자서 이렇게 폭주하는 이유는 온갖 악재들이 콜라보를 펼쳤기 때문이다. 미국이랑 이란이 중동에서 주먹다짐을 벌이면서 안전 자산 선호 심리에 불을 질렀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국한테 관세 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달러 몸값이 한층 더 치솟았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근처까지 수직 상승해서 기름값 걱정까지 더해졌다.
외국인 큰손들의 눈물의 빤스런도 한몫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19일 연속으로 매도 버튼만 누르고 있는데, 이날 하루에만 무려 6조 9천억 원어치를 던졌다. 큰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코스피도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주저앉았다.
정부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시장이 과하게 미쳐 돌아가면 즉시 개입해서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극적인 휴전 합의 소식 덕분에 겨우 브레이크가 걸리긴 했다. 하지만 달러 형님의 기세가 여전히 등등해서 당분간 해외직구는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