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을지로랑 종로 일대가 아주 알록달록한 무지개색으로 뒤덮였어. 바로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렸기 때문이지.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주최 측 추산 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지개 깃발이랑 망토를 두르고 행사를 즐겼대. 신기한 건 성소수자 단체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호주 같은 외국 대사관들, 그리고 여러 종교단체랑 대학 동아리들까지 부스를 차리고 참여했다는 점이야. 다들 다양성을 외치며 서로 축복해 주는 분위기였어.
하이라이트는 오후에 시작된 도로 행진이었는데, 종각역부터 명동성당을 거쳐 을지로입구역까지 떼창을 하며 걸어갔어. 당연히 도로가 꽉 막히니까 지나가던 택시 기사 아저씨가 창문 내리고 화를 내기도 했거든. 그런데 참가자들은 굴하지 않고 다 같이 와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유쾌하게 받아치는 단단한 멘탈을 보여줬지.
바로 건너편이랑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3만 명 정도 모인 반대 집회도 열렸어. 찬송가를 풀 볼륨으로 틀어놓고 동성결혼 반대를 외쳤는데, 다행히도 양쪽 사이에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어. 서로 스피커 볼륨 배틀은 치열하게 떴을지언정 몸싸움 없이 끝난 게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였지. 다들 땀 뻘뻘 흘리면서도 자기 목소리 확실하게 내고 간 하루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