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결국 사고를 제대로 쳤어. 미국이랑 이란이 종전 합의를 마쳤다는 훈풍에다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7세대 HBM 샘플을 쿨하게 보냈다고 자랑하더니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뚫어버린 거야. 8000 고지를 밟은 지 고작 22거래일 만에 앞자리를 또 갈아치운 거지. 올해 초에 5000이었는데 반년 만에 거의 배로 뛴 셈이라 기세가 아주 등등해.
이날 불장의 일등 공신은 역시 반도체 형님들이었어. 삼전은 36만 원대로 복귀했고, 하이닉스는 장중에 270만 원을 돌파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거든. 외국인들이 뒤늦게 사자 버튼을 사정없이 누르며 지수를 하드캐리했지. 분위기를 타서 증권가에서는 벌써 코스피 일만피 돌파도 시간문제라며 호기롭게 설레발을 치는 중이야.
하지만 화려한 잔치 뒤에는 씁쓸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어. 삼전이랑 하이닉스 같은 초대형 주식들만 신나게 춤을 췄을 뿐, 코스피 전체로 보면 떨어진 종목이 오른 종목보다 무려 7배나 많았거든. 게다가 코스닥은 바이오주들이 맥을 못 추면서 천스닥 턱밑인 1000.93까지 사정없이 미끄러졌어. 내 주식 빼고 다 올라가는 기이한 양극화 현상에 개미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지. 미국 금리 인상 불씨도 살아있고 유가 불안 우려도 남아서 마냥 행복회로를 돌리기엔 이른 상황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