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엔비디아의 가죽재킷 빌런 젠슨 황이 과거 용산전자상가에서 땀 흘리며 그래픽카드 팔러 다니던 시절 사진이 풀렸어. 1990년대 후반에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일 때, 사장님이 직접 한국까지 날아와서 발품 팔며 영업을 뛰었던 거래. 지금의 간지 나는 검은 가죽 재킷 대신 단정한 셔츠를 입고 눈빛을 번뜩이는 게 꽤나 신선하게 다가와.
여기에 데뷔 갓 한 달 차였던 꼬맹이 시절 방탄소년단이 용산의 한 레코드 숍에서 소박하게 팬미팅을 하던 사진도 같이 소환됐어. 세계 최고 테크 기업의 대장과 빌보드를 씹어 먹는 슈퍼스타의 눈물겨운 과거가 전부 용산이라는 곳에서 만난 셈이지. 이걸 본 사람들은 용산 땅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게 분명하다며 얼른 성지순례 가야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추억이 서린 용산 던전은 이제 역사 속으로 흩어지는 중이야.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조립 PC 붐을 타고 대한민국 IT의 심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유통 구조가 바뀌고 건물이 낡으면서 재개발 계획에 따라 싹 밀리고 있거든. 젠슨 황과 BTS의 초창기 열정이 깃든 성지가 허물어진다니 왠지 모르게 씁쓸함이 밀려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