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셧다운 직전까지 가면서 전국 응급실이 문 닫을 뻔한 시기에 진짜 황당한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어. 경남 지역 보건소장으로 일하다 은퇴한 의사 쌤이 있었는데, 마침 정부에서 은퇴 의사들 제발 복귀해 달라고 엄청나게 읍소하던 타이밍이었거든. 마침 서울의 한 공공병원 응급실이 의사가 없어서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이 쌤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거의 1년 동안 밤낮없이 응급실을 지켰어.
근데 여기서 K-행정의 매운맛이 제대로 터져버렸지 뭐야. 올해 갑자기 퇴직 공무원 조사 시즌이 오더니, 이 쌤한테 경고장이 날아왔어. 퇴직 공직자는 재취업 전에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급하게 응급실 살리러 가느라 행정 절차를 깜빡 빼먹은 거야. 일할 자격은 차고 넘치는데 사전 서류 절차 안 지켰다고 졸지에 법 위반자가 된 거지.
결국 윤리위원회는 일해도 되는 곳은 맞지만 절차 위반이라며 법원에 통보했고,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생겼어. 쌤은 절차 모른 건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한 손으로는 지원금 들고 와 달라고 꼬셔놓고 다른 손으로는 과태료 고지서를 내미는 꼬락서니가 참 어이없다고 털어놓았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걸 넘어 벌금 딱지까지 끊어버린 K-엔딩의 정석인 듯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