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둘이 겨우 돌리던 중소기업 부서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가 임신을 했대.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시간 단축 제도 덕분에 매일 오후 4시만 되면 칼퇴근을 하기 시작한 거지. 처음 한 달은 축하해주면서 꾹 참았는데, 문제는 업무 특성상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거래처 긴급 요청이 폭풍처럼 쏟아진다는 거였어. 결국 그 모든 업무 폭탄이 남아있는 한 사람 머리 위로 직격으로 떨어져 버린 거야.
혼자 잔업에 대형 이슈까지 쳐내다 보니까 매일 밤 8~9시에 퇴근하는 헬코스 일상이 3개월 동안 이어졌어. 결국 원형 탈모에 스트레스성 위염까지 걸려서 매일 약으로 연명하는 지경에 이르렀지. 인원 충원해달라고 회사에 징징거려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산 없으니 알아서 버티라는 소리뿐이었어. 와중에 동료는 미안해하기는커녕 4시만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가방 싸서 쿨하게 나가버리니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지.
결국 퇴근 10분 전 거래처 대형 에러 터진 날 사건이 발생했어. 혼자선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제발 이것만 같이 확인해주고 가면 안 되냐고 빌었거든? 그랬더니 애기한테 스트레스 주면 안 된다며 시계 딱 보고 가방을 메더라고. 결국 머릿속 퓨즈가 터져서 그쪽 애만 중요하고 내 몸 망가지는 건 안 보이냐며 이럴 거면 차라리 퇴사하라고 소리를 질러버렸지 뭐야.
동료는 울면서 나갔고 다음 날 팀장은 임산부한테 폭언한 가해자라며 경고를 날렸어. 사내 게시판에도 비난글이 도배됐다는데, 정작 시스템도 안 가꿔놓고 쌩까는 회사가 진짜 최종 빌런 아닐까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