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나와서 우리 증조부 고종황제 진료하고 한국 최초 양의원 연 대단한 의사였다고 자랑한 배우 하영 이야기 좀 들어봐.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하길래 다들 우와 하고 부러워했는데, 역시 인터넷 수사대의 털기 기술은 피할 수 없었던 거지.
알고 보니 증조부 안상호 선생의 100년 전 인터뷰가 발굴됐거든. 1918년 매일신보 기사 내용이 아주 스펙터클해. 자기는 일본 사람이랑 똑같고 조선 옷은 한 벌도 없으며 매운 음식도 못 먹는다고 억지 친일 어필을 하셨더라고. 게다가 조선 사람이랑 상종 안 해서 불행 중 다행이라 그러고, 일본인 아내도 11년 동안 한국 살면서 한국어 한 마디도 안 배웠다고 TMI를 대방출했어. 그 시절 완벽한 명예 일본인 인증이었던 셈이지.
소속사는 처음에 친일 의혹 터지자마자 빛의 속도로 사실무근이라며 쉴드를 쳤어. 그런데 1916년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 명단에 증조부 이름이 딱 박혀있는 게 추가로 발견됐지 뭐야. 결국 제대로 검증도 안 하고 쉴드 쳤다가 머쓱해진 소속사가 성급하게 답변해서 죄송하다며 헐레벌떡 사과문 내고 고개를 숙였어. 방송에서 자랑 한번 잘못했다가 100년 전 조상의 흑역사까지 탈탈 털려버린 역풍 사건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