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가 얼마 전에 K팝이랑 아시아 음악을 묶어서 ‘아시안 팝’ 부문을 따로 신설했던 거 기억남?
인종차별급 갈라치기라는 소리가 나올 만했던 게, 언어랑 지역으로 선을 싹 그어서 따돌리는 듯한 모양새였거든. 이에 참다못한 BTS가 유유히 등장해서 올해 그래미에 곡 출품 안 한다며 핵사이다 보이콧을 때려버렸음. 음악을 언어나 지역으로 구분짓지 말고 음악 그 자체로 사랑해 달라는 품격 있는 팩폭과 함께 깔끔하게 손절을 선언한 거지.
BTS가 판을 갈아엎고 손절빔을 날리니까 불과 보름 만에 그래미 최고경영자 하비 메이슨 주니어가 황급히 긴급 성명을 냈더라고.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노력이 담긴 음악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낀 게 분명해졌다면서, 음악인 출신으로서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단호하고 신속하게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읍소함. 그동안 시상식계의 꼰대 끝판왕처럼 굴며 어깨에 힘 잔뜩 주고 있던 그래미가 쫄아서 급하게 스탠스를 바꾼 셈이야.
지금 레코딩 아카데미 관계자들은 하이브를 비롯해 K팝, J팝, C팝 등 아시아 주요 음악 레이블이랑 매니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폭풍 피드백을 수집하는 중이래. 100개가 넘는 기존 시상 부문까지 전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아시안 팝 부문에 대한 자문 작업도 빡세게 돌리고 있다나 뭐라나. 빌보드도 내년 시상식부터 시상 부문이 이례적으로 싹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하더라고. 역시 세계적인 톱티어 슈스 BTS의 묵직한 발언 한 방에 그래미도 결국 백기 들고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던 사이다 결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