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현식 선생님이 방송에 나와서 가슴 아프면서도 묘한 가족사를 털어놓았더라고. 6·25 전쟁 때 아버지가 국영 신문사 기자로 일하셨는데, 취재하러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전쟁이 본격적으로 터져버렸대. 결국 내려오지 못하고 그대로 길고 긴 이별이 시작된 거지. 당시에 겨우 여섯 살이었던 임현식 선생님은 아버지 기억도 희미한 채로 헤어지게 된 거야.
남겨진 어머니는 형사들에게 남편 행적까지 추궁당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며 자식들을 키워내셨거든.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산가족 상봉 추진 과정에서 드디어 아버지 생사를 확인하게 된 거야.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아버지가 북한에서 재혼해서 3남 1녀를 낳고 완전히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살고 계신다는 상상도 못 한 소식이 전해진 거지.
소식을 듣고 북한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대. 북한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나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본인이 북한에 건너가서 살 수도 없잖아. 무엇보다 평생 남편만 믿고 기다려온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을까 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고민 끝에 북한에 4남매가 있다는 사실부터 조심스레 알려드리고, 아버지의 새 가족 사진은 한참 나중에야 보여드렸다고 해.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이산가족의 아픔이라 듣는 내내 마음이 참 씁쓸하더라고. 허준이나 대장금 같은 드라마에서 늘 명품 연기로 웃음을 주시던 분에게 이런 시련과 아픈 속사정이 숨겨져 있었을 줄은 진짜 몰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