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주도 노형동의 어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중학생 파이터들의 숨 막히는 현실 철권 한 판이 열렸지 뭐야.
원래 둘은 서로 쌩판 남남이었는데, 놀이터에서 마주쳤다가 사소한 걸로 스파크가 튀어버렸대. 눈빛 교환 한번 잘못했다가 삘 받아서 각 잡고 붙기로 한 거지. 근데 장소를 무려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잡더니, 보호 장구도 없고 룰도 없는 이른바 “야차룰”로 계급장 떼고 진검승부를 벌이기로 합의를 봤어. 어디서 격투기 유튜브를 너무 열심히 봤나 본데, 중학생 패기로 지하 옥타곤을 자체 개장해버린 셈이지.
더 웃긴 건 관중 동원력이야. 밤 10시가 넘은 야심한 시간인데 소문이 퍼졌는지 또래 10여 명이 팝콘 뜯으러 주차장에 모여들었더라고. 아주 주차장 한복판에 링 만들어 놓고 손에 땀을 쥐면서 도파민 파티를 즐기고 있었지. 차들 사이에서 공방전이 펼쳐지며 분위기가 한창 피크를 찍던 그 순간,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 사이렌 소리가 지하주차장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어.
그 순간 챔피언 벨트고 자존심이고 다 필요 없고 바로 우사인 볼트 빙의해서 다들 전력질주로 튀기 시작했지. 치고받던 두 파이터는 물론이고 관객들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분노의 질주를 찍었어. 근데 달리기가 좀 느렸던 관객 두 명이 현장에서 경찰한테 덜미를 잡혔거든. 걔들은 억울한 표정으로 자기는 그냥 싸움 직관만 한 순수 관객이라고 해명했다는데, 팝콘비 치고는 대가가 너무 혹독하지 않냐.
결국 경찰 형님들이 튄 두 파이터의 신원을 이미 싹 털어놓은 상태라 조만간 경찰서 정모가 확정됐대. 현장에 있던 관객들도 폭행에 가담했는지 탈탈 털릴 예정이라더라. 경찰서 불려가서 부모님 얼굴 뵙고 진술서 쓰면서 굵은 눈물 쏟아낼 미래가 훤히 보인다. 역시 현실에서 유튜브 흉내 내며 폼 잡다가는 참교육 엔딩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