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사별하고 홀로 외동딸을 키우며 묵묵히 살아가던 마흔셋 박종희 씨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뒤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어. 전날 밤까지만 해도 어머니랑 평소처럼 다정하게 전화 안부를 나눴는데, 다음 날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대.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순간 심장과 간, 양쪽 신장, 안구까지 기증하면서 무려 여섯 명의 이웃에게 새로운 생명을 건네주고 떠났어.
알고 보면 이분, 살아생전에도 주변에 늘 온기를 베풀던 참 따뜻한 사람이었더라고. 어머니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듬직한 외아들이었고, 늦게까지 일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던 효자였어. 20년 넘게 판매직으로 일하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보면 먼저 달려가 도왔고, 손님과 동료들도 제 식구처럼 살뜰히 챙겼다고 해. 남한테 한 번 신세를 지면 서너 배로 갚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베푸는 게 몸에 배어 있던 분이야.
생전에 어머니가 나중에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하셨을 때도 그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을 만큼 생명 나눔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대.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는 병실과 빈소에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짧았지만 우리 아들이 참 잘 살다 갔구나” 하고 큰 위안을 얻으셨다고 해.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곳에서도 좋은 일만 하며 편히 지내라고 배웅하며, 장기를 기증받은 분들에게도 아들이 다 살지 못한 몫까지 오래오래 건강해 달라는 당부를 남기셨어. 홀로 남겨졌을 딸아이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지만, 끝까지 온기를 나누고 간 그분의 마지막 여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