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 앞바다에서 평화롭게 물고기를 잡고 세월을 낚던 배들이 순식간에 강제 귀가 메타를 타버렸어. 오전 9시 46분쯤 바다에 둥둥 떠 있던 어선이랑 레저보트들에 난데없이 긴급 문자가 띠링 울린 거지.
문자 내용이 아주 서늘했는데, 다름 아니라 “현 시간 실제 상황 발생으로 어선과 레저보트는 항포구로 입항하라”는 경고였거든. 훈련도 아니고 ‘실제 상황’이라는 무시무시한 네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으니까, 낚싯대 던져놓고 힐링하던 사람들도 순간 뇌정지가 올 수밖에 없었지. 손맛이고 낭만이고 뭐고 일단 살아서 육지 땅부터 밟는 게 최우선이잖아.
결국 열일하던 어선 50척에 주말 감성 레저보트 29척까지 총 79척의 배들이 부랴부랴 풀악셀을 밟으며 백령도 용기포항을 비롯한 근처 항구들로 초고속 유턴을 때렸어. 알고 보니까 백령도 인근 하늘에서 북한 비행기로 추정되는 수상한 녀석의 움직임이 군 레이더망에 포착됐던 거야. 군 당국이 해경에 급하게 연락을 쳤고, 만약의 사태를 막으려고 선제적으로 바다 셔터를 싹 내려버린 거지.
다행히 피 말리는 2시간 10분이 흐르고 낮 11시 56분쯤에 상황이 해제됐어. 해경이 이제 다시 출항해도 좋다는 쿨한 안내 문자를 쏴주면서 무사히 마무리됐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실제 상황 문자 보고 풀악셀로 복귀했던 사람들은 그날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십년감수했을 게 분명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