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자고 있는데 현관 도어락이 띠띠띠띠 울리더니 문이 철컥 열리는 현실판 공포 스릴러가 터졌어. 당시 피해자는 속옷 차림으로 자다가 소리를 듣고 깼는데, 비밀번호를 아는 유일한 사람인 남친이 연락도 없이 올 리가 없잖아. 이상해서 슬쩍 현관 쪽으로 나가봤더니 웬 낯선 남자가 문틈 사이로 집 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대. 다행히 안전고리를 걸어둬서 더 들어오진 못했지만, 얼굴을 마주친 순간 뇌 정지가 제대로 왔다고 해. 겨우 소리 지르고 문을 쾅 닫긴 했는데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을 만큼 충격이 엄청났지.
알고 보니 그 침입범 정체는 아랫집 사는 사람이었고, 평소에도 술 먹고 깽판 치기로 동네에서 악명 높은 빌런이었어. 경찰이 8자리나 되는 비밀번호를 대체 어떻게 뚫었냐고 추궁하니까,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기적의 만능 치트키를 시전했대. 더 어처구니없는 건 경찰도 비번 알아낸 경로를 못 밝혀내서 주거침입 미수도 아니고 무죄가 떴다는 점이야. 8자리 확률을 뚫고 한 방에 도어락을 해제했는데 증거가 없다고 그냥 넘어가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겠어?
결국 피해자는 노크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서 공황장애 약이랑 수면제까지 달고 살다가, 결국 생돈 들여서 이사 준비를 하고 있대. 정작 남의 집 쳐다보던 빌런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랫집에서 뻔뻔하게 발 뻗고 살고 있고 말이야. 가해자는 프리패스로 일상 복귀하고 피해자만 피눈물 흘리며 도망쳐야 하는 현실이라니 진짜 고구마 백만 개 먹은 것처럼 속이 꽉 막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