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피가 거꾸로 솟은 한 30대 남편이 있었음. 어떻게든 꼬리를 잡겠다고 작정하고 지난해 1월 아내 차 조수석 밑에 몰래 USB 모양 녹음기를 쓱 심어둔 거임. 예상대로 아내는 차 안에서 내연남이랑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며 꽁냥거렸고, 이 모든 대화가 고스란히 녹음기에 박제되어 버렸음.
완벽한 스모킹 건을 쥐었다고 확신한 남편은 이혼 소송에 녹취록을 핵심 증거로 당당하게 제출했음. 상간남과 아내를 법적으로 탈탈 털어버릴 생각에 드디어 정의구현 각이 섰다고 쾌재를 불렀겠지만, 여기서 상상도 못한 역관광 엔딩이 터져버림.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벽이 남편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거임. 법원에서는 아무리 억울한 동기가 있었더라도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도청하고 공개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을 짓밟은 명백한 범죄라고 딱 잘라 선을 그었음. 결국 이혼 증거 내려다가 창원지법 형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 선고를 맞고 전과자가 되어버렸음.
그래도 판사님이 아내 외도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고,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며 반성한 데다 초범이라는 점을 참작해서 겨우 실형만 면하게 해 준 셈임. 억울하게 통수 맞고 증거 모으려다 한순간에 범죄자 테크를 타버렸으니, 그야말로 웃지 못할 뼈아픈 자폭 엔딩이라고 볼 수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