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피 섞인 가래가 멈추질 않아서 인생 주마등 스치고 폐암인 줄 알았던 60대 환자가 있었음. 병원 가서 검사받아 보니까 폐에 무려 18mm짜리 결절에다가 흉수가 1.5리터나 꽉 차 있어서 의사 쌤도 순간 숨이 턱 막히는 암 의심 상황이었지.
진짜 멘탈 탈탈 털린 채로 대학병원 흉강경 수술대 위에 누웠는데, 카메라 넣고 폐 속을 직접 확인해 보니까 암세포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웬 기생충 알들이 단체로 정모를 달리고 있었던 거임. 암이 아니라 날것 먹고 감염되는 폐흡충증이라는 기생충의 습격이었어. 결국 눈물의 암 투병 대신 기생충 알 박힌 염증 막 싹 긁어내고 구충제 한 방 때려 맞은 뒤, 수술 6일 만에 멀쩡하게 칼퇴원 엔딩을 찍었음.
알고 보니까 민물 게를 날로 야무지게 먹었던 게 화근이었음. 폐흡충증이 옛날에는 흔했지만 요즘은 연간 몇백 건도 안 나오는 희귀 케이스라 의사들도 깜놀한 거지. 다행인 건 우리가 식당에서 밥도둑이라며 흡입하는 짭짤한 바다 꽃게장은 이 기생충이랑 전혀 상관없으니까 억울하게 손절할 필요는 없다는 점임. 그래도 민물 게장이나 소 생간처럼 위험한 생식 즐기다가 폐 속에서 기생충 정모 열릴 수 있으니 날것 먹을 땐 무조건 조심해야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