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성적표를 뜯어보니까 우리나라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0%를 찍었어. 원래 한은이 예상했던 전망치가 고작 0.3%였는데, 그걸 세 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완벽한 서프라이즈를 터뜨린 거지. 이 정도 화력이면 한은도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를 싹 다 위로 고쳐 써야 할 판이야.
이번 판에서 팀을 하드캐리한 1등 공신은 역시나 갓도체 형님들이었어. 반도체 수출이 시원하게 터져주면서 관련 기계류 설비투자가 무려 4.1%나 수직 상승했거든. 여기에 정부도 건강보험 급여비랑 나랏돈을 아낌없이 풀면서 정부소비가 1.9%나 껑충 뛰었지. 사실상 반도체와 정부가 손잡고 경제성장률 멱살을 잡고 끌어올린 셈이야. 게다가 나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18.8%나 폭증했는데, 이건 1977년 이후 거의 49년 만에 나온 역대급 기록이래.
그런데 여기서 진짜 킹받는 반전이 하나 숨어 있어. 나라 전체 지표는 완전 축제 분위기인데 정작 우리 민간소비는 마이너스 0.2%로 뒷걸음질을 쳤다는 사실이야. 물건도 덜 사고 서비스도 아끼면서 다들 지갑을 지퍼로 꽁꽁 채워 잠갔거든. 반도체랑 정부가 풀악셀 밟아서 겉보기 스탯은 화려하게 뽑혔지만, 막상 체감 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거지. 지표상으로는 잔칫집인데 내 지갑엔 먼지만 날리는 씁쓸하고 기묘한 상황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