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에서 무려 22년 동안 김 회장 부자로 호흡을 맞췄던 김용건이 고(故) 최불암의 빈소를 직접 찾지 못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평생 아버지이자 선배, 형님으로 모셨던 각별한 분이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정작 마지막 길을 곁에서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어.
빈소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집안 경사 때문이야. 다음 달에 아들 하정우가 동료 배우 차정원과 결혼식을 올리는데, 큰 결혼을 앞두고 장례식장에 가면 부정 탄다는 옛날 속설 때문에 주변 지인들이 전부 조문을 극구 말렸다고 해. 김용건도 그런 미신을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자식의 앞날이 걸린 일이라 주변 만류를 뿌리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거지.
생전에 고인이 병원에 계실 때 병문안을 갔었는데, 재활 마치면 다 같이 모여서 소주나 한잔하자고 약속하셨대. 그런데 그 약속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야. 빈소에 가지 못하는 대신 어젯밤에도 편한 곳에서 푹 쉬시라며, 먼 훗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저도 곧 따라간다는 기도를 올렸다고 해. 22년을 함께한 진짜 아버지 같은 분을 보내며 마음으로만 눈물을 삼켜야 하는 처지가 너무 먹먹하고 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