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 비자 연장 때문에 새벽부터 노트북 붙잡고 씨름하고 있었음. 나름 영어 좀 한다고 자부했는데, 뭔 놈의 서류는 용어부터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지. 한 두 시간쯤 지났나, 거의 다 끝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데 ‘캐나다에서의 여행 계획’을 상세히 적으라는 거야.
순간 머리가 하얘지더라. 내가 붙잡고 있던 게 워홀 비자 연장 서류가 아니라 방문 비자 신청서였던 거임. 어쩐지 직업란에 ‘학생’이나 ‘무직’ 말고는 선택지가 없더라니. 내 소중한 두 시간이 캐나다 관광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장렬히 전사함.
창밖은 아직도 어두운데 그냥 웃음만 나오더라. 이게 바로 워홀러의 새벽 감성인가. 일단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진짜 서류를 찾으러 가야겠다. 다들 서류 신청할 때 주소 확인 잘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