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책상 위, 스탠드 조명만 켜놓고 세 번째 커피를 마시는 중. 창밖은 그냥 까만색. 노트북 화면에는 내 이력서 버전 1, 2, 3... 10까지 열려있음.
이력서만 보면 거의 뭐 N잡러 저리가라임. 아침에는 디자이너, 점심에는 마케터, 저녁에는 바리스타. 내 안의 자아가 몇 개인지 나도 헷갈릴 지경. 지원하는 회사마다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 기분, 다들 RG.
방금 그래픽 디자이너 뽑는 곳에 바리스타 경력만 잔뜩 적은 이력서 보낼 뻔. 정신 안 차리면 커피 내리다가 포토샵 단축키 누를 판. 내일은 또 어떤 자아로 빙의해야 할까. 그래도 언젠간 ‘합격’이라는 두 글자 볼 수 있겠지. 다들 굿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