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썰미는 가끔씩 주소를 잃고 헤매나 봅니다. 아침에 샤워하는데 제 샴푸가 장렬히 전사했더군요. 마침 선반에 고급져 보이는 새 샴푸가 있길래, '오 우리 룸메 센스 좀 보소' 하면서 썼습니다.
향이 무슨 호텔 스파급이라 거의 머리에 향수를 들이붓는 수준으로 썼습니다. 오늘 면접이라도 봐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죠.
근데 샤워하고 나오니 룸메가 거의 울상으로 자기 한정판 샴푸 못 봤냐고 묻더군요. 네, 바로 그겁니다. 무슨 장인이 캐나다 로키산맥 이슬만 먹여 키운 허브로 만들었다나 뭐라나. 그냥 조용히 자수했습니다. 제 머리에서 나는 향기가 오늘따라 참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