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웬만해선 설명서 이상을 해내지 못하는데, 오늘 좀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다.
싱크대 물이 안 내려가길래 처음엔 좀 막막하더라. 캐나다 온 지 6개월 차에 벌써 집주인한테 영어로 배관 문제를 설명해야 하나 싶어서 아찔했지. '헬로... 마이 싱크... 워터... 스탑...'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유튜브 켜고 싱크대 밑에 파이프를 분해해봤다. 와, 거기서 나온 머리카락이랑 이물질들. 거의 뭐 작은 생태계 수준. 조용히 다시 조립하고 물을 틀었는데, 쏴아아 소리와 함께 내려가는 물줄기를 보니 막혔던 내 속이 다 뚫리는 기분. 고양이도 옆에서 구경하다가 신기한지 야옹하더라. 너도 시원하냐.
이제 이 집의 지배자는 나다. 적어도 주방 배관 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