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밴쿠버 우리집 식탁, 노트북 스크린엔 먼지 쌓인 내 10년 전 이력서가 덩그러니 떠 있다. 왕년에 나도 엑셀 좀 돌리고 보고서 좀 쓰던 여자였는데. 지금은 장바구니 물가 엑셀로 정리하는 게 내 주 업무랄까. 이제 슬슬 뭐라도 해볼까 싶어 잡코리아 대신 인디드를 켰는데, 세상에. 카페 알바 뽑는데도 경력이 화려하네. 라떼 아트? 전 부침개 아트 전문인데요.
남편은 옆에서 보더니 '자긴 뭘 해도 잘할 거야' 라며 팝콘이나 가져온다. 저기요, 지금 내 인생이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는 아니거든요. 그래도 뭐, 이 나이에 다시 이력서 새로고침 하는 내가 좀 기특하기도 하고. 서류 광탈해도 상처 안 받기로 미리 다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