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드럭 약 코너, 그 많고 많은 약들 앞에서 망부석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마른기침이 멈추질 않는 거다. 스시집 파우더룸에서 눈치 보며 기침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 퇴근길에 약을 사러 갔다. 문제는 ‘마른기침’을 영어로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파파고는 ‘dry cough’라는데, 내 발음이 문제인지 약사님이 고개만 갸웃갸웃.
다급해진 나머지 나도 모르게 목을 부여잡고 혼신의 연기를 시작했다. 컥컥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 같은 내 목 상태를 표현했다. 약사님 표정이 ‘쟤 지금 뭐하냐’에서 ‘아’로 바뀌는 그 찰나의 순간. 그 희열은 진짜.
결국 약사님이 추천해준 약 한 통을 사 들고 지하방으로 돌아왔다. 광명 찾았다. 역시 급할 땐 만국 공통어 바디랭귀지가 최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