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고양이 츄르였나 치킨이었나.
오늘따라 유난히 고된 튜터링을 마치고 너덜너덜해진 채로 집에 왔어. 저녁 차릴 힘도 없어서 큰맘 먹고 배달 앱을 켰지. 그래, 오늘은 치킨이다. 반반무많이. 근본 조합으로 주문하고 경건하게 기다렸어.
치킨이 도착하고 박스를 여는 순간, 평소엔 세상 도도하고 인간 음식엔 관심도 없던 우리 집 냥이가 빛의 속도로 달려드는 거야. 앞발으로 양념 치킨을 팍 찍으려는 걸 0.1초 만에 막았네. 그 짧은 순간에 배신감과 놀라움이 교차하더라. 너마저 나를 배신하는구나.
결국 지금 한 손으론 치킨 먹고 한 손으론 냥이 방어하면서 먹는 중. 쟤는 저쪽에서 세상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고. 입은 즐거운데 마음은 편치 않은 이 아이러니. 밴쿠버에서의 첫 치킨이 이렇게 스펙타클할 일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