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다 그냥 계단으로 가려던 찰나,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에는 이미 한 명이 타고 있었다. 그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분이 환하게 웃으며 "Good morning" 하고 인사를 건넸다. 완벽한 타이밍. 2년간 갈고닦은 내 생활 영어를 보여줄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You too' 한 마디면 되는 간단한 미션이었는데,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아, 예... 땡큐" 였다. 거기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폴더 인사를 해버렸다.
그분의 동공이 흔들리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여기서 주워 담으려다간 더 망할 게 뻔해서 그냥 층수만 바라봤다. 1층까지 내려가는 그 짧은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문이 열리자마자 빛의 속도로 튀어나왔다. 내일 아침에 또 마주치면 어떡하지. 벌써부터 심장이 나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