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낡은 책상 앞, 오늘따라 유난히 깜빡거리는 스탠드 불빛 아래. 방금 알바 끝나고 왔는데 진짜 현타 제대로 온다.
우리 가게 매니저 케빈, 진짜 전생에 나랑 원수였나. 내가 저녁 러쉬 대비해서 양파랑 토마토 좀 미리 썰어놨거든. 근데 그걸 보더니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매뉴얼대로만 해줄래?' 이러는 거. 아니, 바쁠 때 허둥대는 것보다 낫잖아. 내가 경력 1년이 넘는데 신입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억울해서 '효율적이잖아' 한마디 했더니 '응, 근데 아니야' 하고 가버림. 미안하다는 말은 입에 달고 살면서 진짜 미안해야 할 땐 절대 안 하는 이상한 놈들. 차라리 한국처럼 쌍욕 박고 풀면 쿨하기라도 하지. 이놈의 수동공격성 진짜 못 참겠다. 내년 워홀 연장이고 뭐고 진지하게 한국 갈까 고민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