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몬드 렌트하우스 지하 세탁실, 꾸역꾸역 모은 2달러 동전을 먹고 입 싹 닫은 세탁기 앞에 서 있다. 화면엔 에러 코드인지 뭔지 모를 숫자만 깜빡거리고, 내 빨랫감들은 바구니 안에서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 시간 뒤에 온 답장. '기계를 옆으로 살짝 세게 쳐보세요.' 이게 말인가. 학생들한테 미적분 가르치는 내가, 지금 여기서 기계랑 물리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니. 몇 번 툭툭 쳐봤지만 세탁기는 요지부동. 내 2달러만 소화시켰을 뿐이다.
결국 축축한 지하를 벗어나 코인 런드리 가려고 나왔다. 이슬비 맞으면서 터덜터덜 걷는데, 이게 캐나다 라이프인가 싶어 현타가 제대로 온다. 내 시간, 내 돈, 내 축축한 양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