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로 너덜너덜해진 손목을 겨우 부여잡고 배달 앱을 켰다. 뭘 먹어야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한참을 스크롤하다 오늘 머리해드린 손님이 슬쩍 추천해 준 대만 음식점이 생각났다. 리치먼드에 이런 데가 있었나 반신반의하면서도 홀린 듯 대표 메뉴인 우육면을 주문했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와. 배달 온 음식 뚜껑을 열자마자 진한 고기 국물 냄새가 확 올라오는데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겠더라. 부들부들한 고기랑 쫄깃한 면발을 한입 가득 넣으니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기분. 맨날 한식만 고집하던 지난날의 나를 살짝 반성하게 되는 맛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낯선 음식을 시도하는 작은 용기가 지친 하루 끝에 주는 선물 같네. 덕분에 텅 빈 방 안이 훈훈한 온기로 가득 찼다. 내일 손님 오면 진짜 고맙다고 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