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 집 재활용 쓰레기통 앞에서 캐나다 이민 10년 차 내공을 처음으로 써먹어봤네요. 옆집 파란 눈 이웃분이 기름 좔좔 피자 박스를 종이함에 넣으시려는 찰나, 제 안의 K-시어머님 레이더가 삐빅- 하고 울리는 거 있죠.
예전 같았으면 '아... 저걸 어쩌나' 하고 발만 동동 굴렀을 텐데. 오늘은 왠지 모를 용기가 솟더라고요. 최대한 상냥한 미소 장착하고 다가가서 "쏘리, 벗 디스 이즈 푸드 웨이스트" 라며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그린빈을 가리켰어요. 제 짧은 영어 실력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요.
그분이 막 "오 마이 갓, 쏘리" 하시는데 어찌나 후련하던지. 왠지 모르게 저녁 메뉴는 김치찜으로 정해야 할 것 같은 통쾌함이었달까요. 오늘 밤은 시어머님께 당당하게 재활용 교육 완수했다고 보고드릴 수 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