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셜 브로드웨이 역 앞 99번 버스 정류장 벤치 구석.
오늘따라 유난히 휑한 도로를 보며 나는 지금 깊은 자아성찰 중이다.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스시 말러 가야 하는 내 팔자도 기구한데 버스마저 나를 손절했다. 평소라면 5분마다 오는 버스가 오늘은 휴일 스케줄이라 배차 간격이 태평양처럼 넓다.
스카이트레인에서 내려서 뛰면 잡을 수 있었는데 어차피 바로 다음 거 오겠지 하고 느긋하게 걸어온 게 화근이었다. 눈앞에서 문 닫고 출발하는 버스 뒷모습을 보면서도 설마 다음 차가 20분 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광판 숫자가 고장 난 줄 알고 계속 쳐다봤는데 현실이었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바람은 롱패딩 틈새로 들어오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1년 살았으면 이제 적응할 법도 한데 아직도 한국 배차 간격 생각하는 내 자신이 레전드다. 사장님한테 늦는다고 문자 보냈더니 읽씹당했다. 도착하면 샤리 쥐기 전에 내 목부터 쥐어뜯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