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늑한 화이트락 스튜디오 아파트, 창문 밖으로 희미하게 바다 냄새 넘어오는 늦은 밤이야. 안 그래도 허전했던 벽에 그림 하나 걸려고 드릴질 시작했는데, 엥? 소리가 너무 큰 거 아니겠어? 이거 이러다 아래층 학생들 민원 들어오는 거 아닌가 싶어 식겁했지 뭐야. 낮에 해야 했는데 내가 정신이 없었네.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시작한 걸. 조심조심 다시 하는데 갑자기 문 똑똑! 놀라서 가보니 아래층 사는 유학생 친구가 "선생님, 혹시 괜찮으시면 저 콘크리트 못 박는 거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하고 해맑게 웃는 거야. 알고 보니 나랑 같은 그림을 샀다지 뭐야? 헐. 결국 드릴은 내가 잡고, 그 친구는 옆에서 내 인강 보면서 팁 받아 적는 웃픈 상황이 연출됐지. 덕분에 민망함은 덜고 뿌듯함은 두 배. 역시 이웃사촌이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