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현관 앞 신발장, 젖은 우산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가게에서 남은 스시 콤보 박스를 들고 퇴근하는데 갑자기 윗집 집주인 밥 아저씨랑 친해지고 싶다는 미친 생각이 들었다. 새해니까 떡 돌리는 마음으로 스시를 들고 2층 문을 두드렸다. 밥 아저씨가 나왔고 나는 자신 있게 해피 뉴 이어라고 말하며 연어 롤을 들이밀었다.
아저씨가 곤란한 표정으로 자긴 비건이라고 했다. 순간 뇌정지가 와서 오 쏘리 쏘리만 다섯 번 하고 도망쳐 내려왔다. 쪽팔려서 잠도 안 온다. 고양이 냥이 녀석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 3개월 차 뉴비의 과한 친화력이 부른 대참사다. 그냥 방구석에서 넷플릭스나 볼 걸 괜히 오지랖 부렸다. 빗소리는 처량하고 남은 스시는 비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