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3층 공용 주방, 냉장고 옆 삐그덕거리는 식탁 위.
비도 추적추적 오고 으슬으슬한 게 딱 뜨끈한 국물 각이었음. 밖에서 쌀국수라도 사 먹자니 팁 계산하다 체할 것 같아서 룸메랑 컵라면 파티를 열기로 합의 봄. 아껴둔 매운 컵라면을 야심 차게 깠는데 젓가락이 똑 떨어졌네. 포크로 라면 면치기 시도하다가 흰 옷에 국물 튈 뻔해서 식겁함.
옆에 있던 브라질 룸메가 국물 맛보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밥 있냐고 물어봄. 밥솥에 조금 남은 찬밥 긁어다 말아줬더니 거의 흡입하는 수준임. 타지에서 낯선 외국인과 공유하는 탄수화물의 따스함이란 이런 건가 싶음. 배 부르고 등 따수우니까 과제고 뭐고 그냥 눕고 싶다. 내일 퉁퉁 부을 얼굴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