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먼드 집 부엌 아일랜드 식탁, 젖병 소독기가 돌아가는 바로 옆자리. 육아휴직 길어지면서 머리가 굳는 것 같아 걱정했는데 마침 딱 맞는 재택 알바를 발견했어 시부모님이 아이 목욕시켜주시는 이 황금 같은 시간에 노트북 켜고 폭풍 타자 쳤지 뭐야
예전엔 보고서 쓰느라 밤새우는 게 일이었는데 이제는 이유식 식단 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니 참 인생 알 수 없네 그래도 오랜만에 경력 기술서 다듬는데 손가락이 날아다니는 기분이야 아직 내 안에 커리어우먼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나 봐
남편이 옆에서 보더니 눈빛이 아주 살아있다고 하더라 이번에 지원하는 건 번역 관련인데 합격하면 나를 위해 예쁜 옷이라도 한 벌 뽑아야겠어 면접 보라고 연락 오면 좋겠다 다들 나한테 합격 기운 좀 팍팍 불어넣어 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