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열다가 문턱에 새끼발가락 제대로 찧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액땜 거하게 치르고 고개 들었는데 하늘이 쓸데없이 맑아서 더 킹받네.
메이플 릿지 3개월 차, 이제 슬슬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인지 곰 사는 곳인지 헷갈리기 시작함. 주인님 밥 챙겨드리고 베란다 나갔는데 입김이 용가리 수준으로 나옴. 영상 2도라는데 체감상 냉동 연어 된 기분임.
멍하니 밖을 보는데 저 멀리서 라쿤 형님이 쓰레기통 야무지게 뒤지고 계심. 쟤는 출근 안 해도 잘만 먹고 사는데 나는 왜 새벽부터 스시집 가서 생선이나 썰어야 하는지 현타가 씨게 온다. 경치는 좋은데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흐릿한지 모르겠음.
맑은 공기 마시니까 배만 더 고프고 무기력해짐. 그냥 라쿤 형님 따라가서 자연인으로 살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렌트비 생각나서 조용히 유니폼 챙긴다. 오늘따라 산이 참 높고 내 통장은 참 낮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