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의 승리자
버나비 센트럴 파크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 밴쿠버 온 지 3개월 차가 되니 이제 흐린 날씨가 오히려 운치 있게 느껴진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서 비가 쏟아질 것 같았지만 내 동물적인 감각을 믿고 우산 없이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는커녕 상쾌한 공기만 가득해서 걷는 내내 콧노래가 나왔다.

산책로 중간에서 덩치 큰 라쿤이랑 마주쳤다. 보통은 무서워서 피한다던데 나는 당당하게 눈을 쳐다봤다. 녀석이 잠시 멈칫하더니 슬그머니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뿜어내는 여행객의 패기에 쫄았나 보다. 한국에서는 길고양이 눈치나 보던 내가 여기 와서 야생동물 서열 정리를 하고 있다니 나름 성장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니 온몸이 개운하다. 남들은 날씨 꿀꿀하다고 집에만 박혀 있을 때 혼자 자연과 교감하고 온 내 자신이 기특하다. 친척 형이 왜 벌써 일어났냐고 묻길래 그냥 웃어줬다. 이 상쾌함은 나만 아는 거니까.
ㅂㅋㅂㅅㄴㄱ •views105comments2like
댓글 2
라쿤이 그냥 갈 길 간 거 같은데 혼자 의미 부여 하는 거 봐라 크크 그래도 부지런해서 보기 좋네
ㅍㄹ •
버나비 쪽 산책로가 참 잘 되어 있죠 아침 공기 마시면 머리가 맑아져서 저도 종종 나갑니다
ㅂ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