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쓰레기 버리러 가는데 우산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2년 차 밴쿠버 주부의 헛된 자신감이었습니다. 버나비의 아침 이슬비를 너무 얕봤네요. 그냥 후드 하나 뒤집어쓰고 나가면 쿨한 로컬 느낌 날 줄 알았습니다. 현실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 제 모습이 참 처참하더군요. 머리는 습기 때문에 부스스하고 새로 산 수면 잠옷 바지 밑단은 흙탕물 범벅입니다. 집에 들어오니 우리 집 고양이 냥이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현관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네요. 따뜻한 이불 속에나 있을 걸 괜히 부지런 떤다고 나갔다가 기분만 찝찝해졌습니다.
오늘따라 6도라는 기온이 왜 이렇게 춥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빗물 섞인 흙냄새가 현관까지 따라와서 바닥 닦아야 하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납니다. 그냥 모르는 척 다시 눕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