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치킨 박스, 한 손엔 강아지 리드줄 쥐고 현관 비밀번호 누르다 코로 누를 뻔했다. 버퀴틀람 역 앞 그 치킨집 냄새가 엘리베이터를 장악하니 같이 탄 외국인 아저씨가 킁킁거리더라. 코리안 스타일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말해줄까 하다가 그냥 눈인사만 했다.
2년 차 밴쿠버 백수 생활, 아니 이직 준비생 라이프에 유일한 낙은 역시 먹는 거다. 오늘따라 날씨도 우중충해서 기름진 게 당기길래 큰맘 먹고 사 왔다. 집에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박스부터 열었다. 강아지가 식탁 밑에서 꼬리로 바닥 청소 중인데 미안하지만 뼈 있는 건 안 된다.
맥주 한 캔 딱 따서 다리 하나 뜯으니 면접 떨어진 기억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역시 탄수화물과 지방의 조화는 배신하지 않는다. 먹다 보니 바지에 양념 흘렸는데 빨래는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 이직 성공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긴다. 다 먹고 소화시킬 겸 멍멍이 데리고 로히드 쪽이나 한 바퀴 돌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