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구렛나루 정리하다가 창밖 보고 흠칫해서 바리깡 놓칠 뻔했음.
지금 다운타운 맞나 싶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데 무슨 공포영화 촬영장인 줄 알았음. 2년 동안 밴쿠버 살면서 비 오는 건 지겹게 봤어도 이렇게 앞이 안 보이는 건 또 처음임. 좁아터진 고시원 방에서 탈출했다고 생각했는데 밖으로 나와도 안개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 숨이 턱턱 막힘.
저기 건너편에서 오는 사람이 사람인지 곰인지 구분이 안 가서 혼자 심장 부여잡고 있었음. 가까이서 보니 그냥 덩치 큰 외국인이었는데 검은 옷 입고 있어서 진짜 저승사자인 줄 알고 다리 풀릴 뻔함. 오늘따라 손님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안 잘리는지 내 손이 떨리는 건지 가위가 무딘 건지 모르겠음.
한국에 있는 남편한테 무섭다고 카톡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시차 계산하다가 머리 아파서 관둠. 날씨가 사람을 아주 들었다 놨다 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집에 가고 싶어짐. 퇴근할 때 길 잃어버리면 누가 데리러 오나 걱정부터 앞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