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찬장 경첩이 덜렁거리는 걸 보고 공구함에서 드라이버부터 챙겨 들었습니다. 같이 사는 친구 녀석은 이거 집주인한테 말해서 사람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며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더군요. 밴쿠버 5년 차에 이런 걸로 집주인 호출하면 하수 소리 듣습니다. 여기 인건비가 얼만데 나사 몇 개 조이는 걸로 사람을 부르나요.
비키라고 손짓 한 번 해주고 3분 만에 수평까지 딱 맞춰서 고쳐놨습니다. 친구가 눈이 동그래져서 역시 한국 아재 바이브는 다르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네요. 사실 한국에서는 누구나 하는 별거 아닌 기술인데 여기서는 무슨 장인 취급을 받으니 기분이 묘하게 좋습니다. 렌트비도 비싼데 이런 소소한 수리비라도 아껴야지요.
덕분에 오늘 저녁은 친구가 쏘는 삼겹살 확정입니다. 버나비 날씨도 쨍하니 좋은데 공구통 먼지나 한번 털고 나가야겠습니다. 자영업자의 짬밥은 어디 안 가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