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봉지를 뜯다가 힘 조절 실패로 거실 바닥에 옥수수 파티를 열었다. 육퇴 후 엄마 아빠랑 오붓하게 홈시네마 개장했는데 시작부터 요란하다. 밴쿠버 1년 차라 영어 듣기는 아직 멀미 나서 한국 예능 틀어둠. 화면 속 개그맨보다 옆에서 추임새 넣는 엄마가 더 웃긴 건 안 비밀이다. 버나비 촌구석에서 느끼는 K-안방 바이브가 장난 아니다.
아까 낮에 도서관 가서 야심 차게 영어 동화책 잔뜩 빌려왔는데 현실은 셋이서 귤 까먹으며 티비 보는 중이다. 창밖은 흐리고 쌀쌀한데 전기장판 위에서 지지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다. 육아휴직하고 와서 적적할 줄 알았더니 매일이 시트콤이다. 대가족이라 북적거리는 게 정신없어도 이럴 땐 꽤 든든하다. 내일은 날 좀 풀리면 유모차 끌고 디어레이크나 한 바퀴 돌아야지. 다들 오늘 하루 마무리는 뭘로 하는지 궁금하다.
